5년 만에 새순이 나와 자라는 대나무
땅 속 깊이 뿌리를 뻗는 忍苦의 시간
중국에 ‘모소대나무’라는 희귀종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소대나무는 중국의 동쪽지역에서 주로 자란며, 일명 모죽(毛竹)이라 불리는 이 대나무는 땅이 척박하든 기름지든 간에 씨를 뿌리고 나면 4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3cm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5년이 되는 해에 손가락만 하던 죽순이 주 성장기인 4월에 이르면 갑자기 하루에 30cm 가까이 쑥쑥 자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6주가 지나면 15m 이상 자라나 텅 비어있던 대나무밭이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하며 비약적인 발전(quantum leap)을 이루게 됩니다.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데, 아무것도 없던 밭에서 한두 달 만에 엄청난 높이의 대나무 숲이 생겼으니 그 신기함에 찬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모소대나무는 지난 4년간 성장이 멈춰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내려 땅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동안 전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5년이 되는 해에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자양분을 흡수하여 순식간에 자라나 세상에 그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렇게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하루에 30cm가량 쑥쑥 자라도 그 몸통의 무게를 견딜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소대나무가 성장 과정에서 견뎌낸 인고의 세월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교훈이 되곤 합니다. 김난도 교수가 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도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견디십시오. 그대는 모죽입니다. 비등점을 코앞에 둔 펄펄 끓는 물입니다. 곧 그 기다림의 값어치를 다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나무로 쑥쑥 커갈 시간이 올 것입니다. 자유로운 기체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볼 시기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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