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와 사회적 변화 : 최재천 교수

호주제 폐지와 사회적 변화: 양심이 만든 역사적 순간

1. 호주제 폐지: 끝내기 안타를 치다

호주제 폐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사회적 변화 중 하나였다. 필자는 원래 사회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호주제 폐지 운동에 가담하게 되었고,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필자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을 수상했다. 남성으로서 여성운동상을 받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수많은 여성들이 필자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에게 호주제는 단순한 행정 제도가 아니라, 너무나 깊고 견고한 굴레였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덫과 같았던 것이죠."

2. 호주제란 무엇인가?

1) 호주제의 기본 구조

호주제는 남성의 성씨를 기준으로 가족 관계를 표시하는 제도였다.

• 가족 내에서 ‘호주(戶主)’라는 개념을 두고, 가족의 대표 역할을 맡겼다.
• 남편이 사망하면 장남이 호주가 된다.
• 장남이 사망하면, 부인이나 부모가 아니라 그 아들(손자)이 호주가 된다.
• 여성은 아무리 연장자라도 가족의 대표가 될 수 없었다.

2) 호주제가 만든 불합리한 현실

호주제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제도는 여성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 여성은 가족의 중심이 될 수 없었다.
  • 부부가 이혼할 경우, 아이의 성(姓)은 아버지를 따라야 했다.
  • 어머니가 혼자 아이를 키울 경우,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 남성 중심의 혈통 개념을 강요했다.
  • 아버지의 성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지만, 어머니의 성은 물려줄 수 없었다.
  • 남성의 가계를 중심으로만 가족 관계를 인정하는 시스템이었다.
• 여성의 법적·사회적 권리를 제한했다.
  • 남편이 사망하면, 부인은 가정의 ‘호주’가 될 수 없었다.
  • 의료보험, 가족 관계증명서 등에서도 여성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3. 우연한 참여, 그리고 예기치 않은 논란

1) 작은 발언이 부른 거대한 반향

필자는 본래 호주제 폐지 운동에 깊이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TV 강연에서 "만약 동물 사회에도 호주제가 있다면, 호주는 무조건 암컷일 것이다." 라는 발언을 했다.
이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2) 강력한 반발과 협박

• 강연 이후, 필자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 항의 전화, 협박 전화, 심지어 욕설이 쏟아졌다.
  • 당시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전화선을 뽑고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
  • 1년 가까이 지속된 협박과 압박 속에서 필자는 본의 아니게 ‘호주제 폐지 운동의 표적’이 되었다.
• 유림 어른(?)에게 당한 황당한 일
  • 어느 날 한 원로 유림(유교적 전통을 중시하는 원로)이 필자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중요 부위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 "달렸네! 그런데 왜 여자들 앞에서 하얗게 떨고 그래?"
  •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다.

3) 결국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

계속되는 공격 속에서 필자는 고민했다.

• "어차피 나는 이미 표적이 되었고, 더 당할 것도 없지 않은가?"
• "그렇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일을 끝내보자."

결국 필자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공식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4. 헌법재판소에서의 변론: 결정적인 한 방

1) 헌법재판소에서의 마지막 논리

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변론을 하며, 호주제가 비합리적인 이유를 학문적으로 설명했다.

• 동물 사회에서는 대부분 암컷이 중심이 된다.
•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만 유독 ‘남성 중심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 만약 전 세계 모든 인간이 호주제를 시행한다면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제도였다.
• 즉, 자연의 섭리에도 어긋나고, 인간 사회에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제도였다.

2) 마침내 호주제 폐지 결정

이 논리는 헌법재판소에서 큰 영향을 미쳤고, 결국 2005년, 대한민국에서 600년간 유지되던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5. 호주제 폐지 이후: 젠더 갈등과 정치적 이용

1)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

호주제 폐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젠더 갈등이 나타났다.

• 2030 세대 사이의 남녀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필자는 이를 두고 "젠더 갈등을 극대화시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고 경고했다.

2) 필자의 예측: 여성 시대의 도래

사실 필자는 이미 20년 전에 ‘여성 시대’가 필연적으로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 사회가 변화하면서, 여성의 지위가 점점 높아질 것
• 그 과정에서 남성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불편함을 가질 것
•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게 될 것

하지만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이 갈등을 부추기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 필자는 이를 두고 "정치가 가장 나쁜 방식으로 개입했다." 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6. 한국 정치도 변화할 것이다

1) K-POP, K-푸드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정치도 변화할 것이다

한국은

• K-POP,
• K-드라마,
• K-푸드 등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바닥을 치고 있는 분야가 ‘정치’ 이다.
필자는 "우리는 정치 변화의 한계점에 도달했으며, 머지않아 국민들이 이를 변화시킬 것이다." 라고 예측했다.

결론: 사회 변화는 필연적이다

• 호주제 폐지는 필연적인 변화였다.
• 젠더 갈등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 한국 사회는 결국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결국 양심이 지켜낸다."
우리는 지금도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출 처 :   [손석희의 질문들] 헌법재판소에 간 최재천 교수?! MBC 250304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