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경제이론의 모순 권오중 / 2018-08-23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dicht Engels)가 상호 교류하며 남긴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arx-Engels-Werke)는 총 4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 23~25권이 칼 마르크스가 저술한 “자본”(Das Kapital)이다. “자본”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가치의 생산과 분배과정의 모순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구조는 '자본+노동=이익창출’이다. 따라서 그는 이익창출에서 자본(돈)과 노동(일)을 동등한 가치로 여겼다. 즉, 이익을 창출하려면 자본과 노동이 모두 필요하며, 둘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익은 자본가와 노동자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가 차지하는 “잉여가치”(Mehrwert)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잉여가치”의 원뜻은 “부가적 가치”를 의미한다. 즉 정당하게 얻어야하는 가치 외에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자본가의 목적은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판매가와 원가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가 없다. 자본가들은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이익을 “부가적”으로 얻으려고 한다. “부가적”가치 창출은 바로 노동임금의 착취에서 손쉽게 가능하다. 만약에 하루 8시간 노동에서 받는 정당한 임금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아래의 표를 살펴보자
위 표에서 보듯이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대가는 잉여가치가 되고, 자본가는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가치를 잉여가치로 차지한다. 다시 말해 초과된 노동의 가치는 잉여가치로 전환되어 자본가의 차지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는 더 많은 잉여가치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분배과정이 더욱 조작, 기만될 수 있다고 하면서, “자본가의 잉여가치가 증가할수록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정비례해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생산수단은 마땅히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인간사회의 발전과정을 “정-반-합”이라는 규칙으로 설명했다. “정”(正)은 보름달과 같이 전성기를 말하는 것이고, “반”(反)은 그믐과 같이 완전히 몰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다르게 “정”과 “반”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정”의 상태로 지속되는 것을 “합”(合)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역사가 “정”과 “반”이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것을 인간 개인뿐만 아니라 한 민족이나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 민족이나 국가가 멸망하게 되는 경우에 그 원인은 언제나 생산수단의 소유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생산수단이 소수 집단에게 집중되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심해지고, 또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으로 전락되면, 그 사회는 반드시 붕괴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을 마르크스는 그의 저서 “자본”(Das Kapital)에서 지적하였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정”과 “반”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 “합”의 상태를 사회주의라고 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돈)의 집중이 없어지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사회적인 불안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주의가 “합”으로 등장하기 바로 직전의 상황을 그는 바로 자본주의가 정점에 도달한 시기라고 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몰락에 또 하나의 자체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자본주의의 내부적인 모순은 역시 이익분배문제였다. 그에 의하면 자본주의가 잘 유지되려면, 이익은 그 이익을 만드는데 기여한 자본가와 노동자가 가져가야 하는데,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자본주의에 기생하며 이익을 얻는 제3의 집단이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갈 때, 자본주의는 붕괴된다고 했다. 그리고 생산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제3의 집단을 그는 금융(은행)으로 지목했다.
그 이유는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에게 돈을 대출해주고 모두를 채무자로 만들어 그 이자를 받는 것이다. 즉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남는 이익은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가져가야 하는데, 이들은 돈을 벌어서 은행에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자가 점점 늘어나면 은행은 돈을 수익이 늘어나지만, 자본가와 노동자는 그 만큼 이익을 빼앗기게 되어서 결국에는 파산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파산하게 되면 이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으니까 결국에는 은행도 파산하게 되면서, 결국 자본주의는 결국 붕괴 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민족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계층을 동일시했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무시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기 때문에 재산, 지위, 학력 등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경쟁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경쟁 속에서 사회는 근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진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능력을 통한 개개인의 경쟁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령 힘이 센 사람과 허약한 사람에게 쌀가마니를 옮기라고 할 경우, 이 두 사람이 하루에 옮길 수 있는 양은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루 임금이 똑같다고 한다면, 힘이 센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역시 약한 사람도 일을 더 안하게 된다. 결국 일의 생산성과 능률은 극히 떨어져서, 하루에 완수할 일을 한 달이 지나도 마무리 못하게 될 수 도 있다. 이런 현상에 사회 전체에 만연하게 되면, 그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이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고, 모든 분야에서 퇴보하게 된다. 사회주의는 공산 사회적 이상향을 제시하며, 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인간의 역할을 과대평가했다.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사회주의가 건설되더라도, 그것이 “합”이 아니라 또다시 붕괴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이상향의 사회는 윤리의식이 지극히 높은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인간이 아무런 개인적 감정과 욕심이 없는 존재라면, 사회주의 이론은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이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이를 무시했다. 인간사회에서 모두의 경제적 평등함을 목표로 했던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인간의 개개인의 능력차이와 개개인의 욕구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였고, 인간의 행복이 아닌 인간의 불행을 초래하는 모순된 이론으로 몰락하였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실패한 이론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었다. 하나의 이념으로 아직도 그 영향력이 크며 분배 측면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현실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지적을 무조건 외면해서도 안 된다.
권오중 /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독일 마부르크대학교에서 현대사, 사회경제사, 정치학을 전공했다. 「분단국의 정치」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서독의 NATO 가입과 SEATO의 창설 그리고 한국 내 핵무기 배치를 통한 미국의 봉쇄적 안보정책 1949~1958」 등 다수의 논문들을 통해 독일과 한국의 분단 문제를 외교사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한국외대와 경희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임했었다. 현재는 (사)외교국방연구소에 연구실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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