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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政治)를 정리(整理)해 드립니다

11. 유명 정치인 칼럼과 도서/11-1.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

대전환의 시대, 사회개혁의 조건 지금 우리는 매일 역사의 강을 건너고 있다. 70년간 지속돼 온 적대와 대립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 시대가 동트는 것을 예감했다면,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는 구시대가 저무는 것을 목도했다. 분명 대전환의 시대이다. 해방 이후 한반도를 얼어붙게 한 강고한 냉전 체제가 허물어지면서, 평화 체제가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바로 이러한 ‘대전환’의 증거이다. 그것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정치 지형의 변화가 아니라,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지난 70년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구질서가 무너졌고, 구세력이 수명을 다했으며, 구시대가 끝났음을 뜻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선거 결과는 냉전 해체라는 한반.. 2023. 12. 20.
경쟁, 야만의 다른 이름 문재인 정부에 교육혁명을 기대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 장관이 교체된다지만 교육에 대한 어떠한 위기의식도 개혁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교육 문제를 오로지 입시 문제로 접근하는 천박한 인식에 절망감을 느낀다. 잘못된 교육 정책이 한국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한국인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했으며, 한국인의 심성을 얼마나 왜곡하고 이 땅의 학생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이 정부만 모른단 말인가? 지금은 교육을 뿌리부터 혁신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국 교육의 영혼 이자 원리인 경쟁 이데올로기를 폐기하는 것이다. 경쟁 이데올로기는 교육의 영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지배해온 이념이다. 한국 사회는 경쟁을 당연시하고, 심지어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상한 사회이다. 절.. 2023. 12. 12.
가면 쓴 민주주의 이화여대, 강남역에 이어 광화문광장에서도 가면 시위가 벌어졌다. 한진그룹의 ‘갑질’을 성토하는 최근 시위에서는 마스크뿐만 아니라 음성변조기를 장착한 마이크까지 등장했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성으로 음성을 바꾸고 시위에 나서야 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이 조양호 일가의 갑질보다 더 끔찍하다. 본래 시위란 데몬스트레이션,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다. 그러니 자신을 ‘감추는’ 가면 시위는 시위의 부정, 반시위인 셈이다. 그럼에도, 왜 이 땅의 학생, 여성, 노동자들은 가면을 쓰고 거리에 나서는가. 가면 시위는 한국 사회가 ‘불안사회’임을 새삼 환기한다. 부동의 세계 1위 자살률이 방증하듯이, 한국인의 불안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불안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심층 동인이자, 한국 사회를 관리하는 숨은 .. 2023. 12. 12.
2020년 4·15 총선의 역사적 의미 4·15 총선의 역사적 의미 며칠 후면 총선이다. 그런데도 좀처럼 선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근래에 이렇게 조용한 선거가 있었던가 싶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안과 자제의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 쟁점도, 유세의 열기도 없는 참으로 이상한 선거다. 사실 4·15 총선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한 세기를 보내고, 이제 새로운 100년을 여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100년의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다짐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자못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4·15 총선은 대한민국의 신세기를 여는 선거인 만큼 지난 100년의 청산되지 않은 역사를 청산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식민 시대.. 2023. 12. 12.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반드시 돌아온다 “일본이 돌아왔다.” 2년 전 아베 신조 총리가 장담한 대로, 일본은 마침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왔다. 아베 정권은 지난 토요일 새벽에 참의원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2015년 9월19일, 미래의 역사는 이날을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한 날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이 일본의 안보법안 통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어조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독일 언론은 “일본, 평화와 결별하다”(슈피겔), “평화주의로부터의 일탈인가”(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본 의회 군부의 역할 강화하다”(디 차이트) 등의 제목에서 보듯이 대체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독일 언론의 이런 기조는 같은 과거를 가졌으나 다른 길을 걸어온 독일과 일본의 현대.. 2023. 9. 27.
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내 아이를 이 지옥 속에 밀어 넣을 자신이 없어요.”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이 정도까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서울의 한 로스쿨이 출신 대학을 다섯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출신대학 등급제’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 2023. 9. 20.
위험수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우편향 임동원,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 이사장이 2016년 2월 19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궤멸’ 발언,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해 “필연적”이며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의 발언,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의 “햇볕정책 실패”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야당이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그를 합리화해 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평화·통일.. 2023. 9. 19.
거짓의 시대 이 나라는 가히 ‘거짓말 공화국’이다. 대통령부터 장관, 청와대 고위인사들을 거쳐 재벌총수, 대학총장, 교수, 의사에 이르기까지 최고 권력자와 엘리트들이 지난 몇 달간 펼쳐온 현란한 거짓말 퍼레이드는 경악을 넘어선다. 국민들은 최소한의 윤리도, 자존심도, 수치심도 없는 저들의 파렴치에 할 말을 잃었고, 저런 자들이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권력자들의 공공연한 거짓말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가 토해낸 거침없는 거짓말과 거짓 주장은 일일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 최근 는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 쏟아낸 거짓 주장과 사실 왜곡만 132건에 이른다고 전한다. 바야흐로 ‘거짓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오죽하면 ‘탈진실의 시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2023. 9. 18.
‘글로벌 스타’ 대한민국의 품격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팝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로 인정받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2019년 펴낸 연구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나라이다. 특히 인구 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이른바 ‘30-50 클럽’ 선진 7개국 중에서 한국은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평가됐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이 그 뒤를 이었고, 프랑스, 미국, 일본은 상위 20%에 속하는 2등급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프랑스는 극우주의자 마린 르펜의 부상, 미국은 우익 포퓰리스트 트럼프의 등장, 일본은 군국주의자 아베의 장기.. 2023. 9. 18.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독일 교육을 주제로 시민 대상 강연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독일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특히 우리 학생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과 부모들이 느끼는 분열된 감정을 얘기할 때면 으레 중년 여성 몇 분이 슬그머니 뒷문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한번은 강연이 끝나자 한 분이 다가왔다. “중간에 자리를 떠 미안합니다. 자꾸 눈물이 나서.” 얼마 전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멘토 인터뷰’라는 걸 청해왔다. 독문과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이 학생은 10개월간 베를린의 한 고등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을 털어놓았다. “독일 친구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어딜 가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거예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어요.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지요. 내가 아무 생각이 없.. 2023.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