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명 정치인 칼럼과 도서/11-1.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 68혁명 50주년과 한국의 특수한 길 촛불혁명을 보며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왜 우리는 위대한 민주혁명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유사) 파시즘의 야만으로 추락해온 것일까? 왜 우리는 자랑스러운 ‘광장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생활세계에서는 여전히 ‘아주 습관화된 파시즘’의 일상을 살아가는가? 10월 초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하에 ‘새로운 세계의 도전과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 1968~2018’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이 오랜 의문을 푸는 데 한줄기 빛을 비춰줬다. 도쿄대, 베이징대, 케임브리지대, 프랑크푸르트대 등 8개국 대학의 학자와 학문 후속세대가 모여 ‘68혁명’ 50주년을 결산하는 이 학술행사를 치르면서 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이미 50년 전 다른 나라들이 .. 2023. 9. 17.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이변은 이변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지난 2년간 ‘트럼프 정치’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그의 정부를 ‘정상 정부’로 승인했다는 사실이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중간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가 오바마보다도 좋은 성적표를 움켜쥔 것이다. ‘트럼프 인증 선거’를 보며 다시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며, 우리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미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오히려 ‘예외 국가’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국정치학회와 미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한 시모어 마틴 립셋이 를 쓴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미국이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예외적으로’ .. 2023. 9. 16. 배이상헌, 직위해제당한 한국 성교육 예상대로였다. 광주에서 만난 배이상헌 선생은 겸손하고 우직하면서도, 유쾌하고 다감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따스함과 청신함이 확 끼쳐왔다. 도덕 교사 배이상헌, 그가 교단에서 쫓겨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전세계에서 1300만명 이상이 보았다는 프랑스 단편영화 를 성윤리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보며 토론했다는 게 직위해제의 주된 사유다. 성평등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수작’을 수업 교재로 삼으면, 한국의 교사는 ‘성비위범’으로 몰린다. 이렇게 한국의 성교육은 ‘직위해제’를 당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교육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수많은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성접대 사건을 보라.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중.. 2023. 9. 15. 독일의 68세대와 한국의 86세대 오늘의 독일은 68세대의 작품이다. 부조리한 세계, 억압적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자 했던 68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한 세대가 오늘의 독일을 만든 것이다. 68세대는 나치 전력을 가진 자가 수상이 되는 파렴치한 나라를 철저한 ‘과거청산의 나라’로 바꾸어놓았고, ‘라인강의 기적’ 속에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던 나라를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변화시켰으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감행’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동서독의 오랜 적대를 허물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동방정책을 발전시켰다. 한마디로, 68세대는 ‘새로운 독일’을 탄생시켰다. 68세대의 지지에 힘입어 전후 최초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브란트 정부는 68세대의 꿈을 현실로 옮겼다. ‘경쟁은 야만’이라는 철학 아래 경쟁을 금하고.. 2023. 9. 14. 박종철 고문실보다 더 끔찍한 곳 올해 초 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인권센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로 인해 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역사의 현장에,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근태를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 악명 높은 ‘남영동’에, 이때 처음 가보았다.국가폭력의 상징인 ‘남영동’이 저잣거리의 한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중학생 시절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바로 그 거리였던 것이다. 고만고만한 회사와 호텔과 음식점이 모여 있는 범용한 공간에 극악한 폭력이 은밀하게 자행된 야만의 장소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다. 잔혹한 고문의 현장이 평화스러운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 2023. 9. 13.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2) 지난번 칼럼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한국과 독일은 상황이 다르다”며 대입 폐지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따끔한 비판도 있었고,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나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 입시만 폐지한다고 되느냐”는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대체로 맞는 말들이다. 그 칼럼에서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독일의 경우를 소개하려는 의도였기에 지면 관계상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며 대입 폐지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학입시 폐지는 요원한 꿈도, 터무니없는 이상도 아니다. 그것은 우선 현 정부의 핵심 공약들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통한 고교 서열화 해체와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사.. 2023. 9. 12. 민주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흔히 ‘나치당’이라고 알려진 히틀러 당의 정식 명칭은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이었다. 나치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한 첫 행위는 사회주의자와 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와 탄압이었다. 한국 역사상 민주주의와 정의를 가장 철저하게 짓밟은 무리들이 만든 정당의 이름은 ‘민주정의당’이었다. 정치 언어란 이렇게 기만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임미리 교수가 《경향신문》에 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 편집인을 고발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민주당이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의 핵심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선 데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고갱이가 아닌가.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는 정당인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보.. 2023. 9. 12.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1) ‘조국 사태’가 몰고 온 후폭풍으로 교육개혁이 공론장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 교육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교육 문제는 한국인의 모든 고통과 좌절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아이도 불행하고 부모도 불행하다. 교육제도의 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승자도 불행하다. 서울대생의 절반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지 않는가. 한국에서 교육 문제는 곧 대학입시 문제이다. 모든 교육 문제가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수렴된다.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있지 않고서는 교육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민들 또한 알고 있다. 입시제도 개선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 이번에도 불공정과 특권을 넘어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모두가 경험으로 안다. 어떤 기.. 2023. 9. 10. 대미관계가 변해야 통일시대가 열린다 “나는 패전국 독일의 총리가 아니라 해방된 독일의 총리입니다.” 1969년 10월21일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가 총리로 선출된 직후 세계를 향해 던진 제일성이다. 이 말은 전후 최초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브란트가 새로운 독일의 출발을 선언한 것이자, ‘승전국’ 미국에 대해 자주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결연히 표명한 것이다. 돌아보면, 브란트의 이 대미 ‘독립선언’은 독일 통일의 신호탄이었다. 만약 브란트가 이전 총리들처럼 ‘패전국의 총리’로서 굴신하며 미국에 종속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통일의 길을 연 동방정책은 추진될 수 없었을 것이고, 아직도 베를린에는 냉전의 장벽이 버티고 서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 통일의 길은 바로 서독이 미국과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취하면서 비로소 열렸다는 사실을.. 2023. 9. 9. 촛불 정신과 민주당의 자기부정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선거는 어차피 정권 심판 선거일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권이고, 촛불 혁명의 계승자를 자임하는 정부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는 촛불 혁명의 정신을 얼마나 구현했는가에 따라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촛불 정신이란 무엇인가. 국민은 그 추운 겨울, 무엇을 위해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을 촛불로 물들였던가. “이게 나라냐.” 이것이 광장의 외침이었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라는 것이 촛불의 지상명령이었다. 촛불 정신은 곧 이 나라를 비정상적인 기형 국가로 만든 ‘친일-독재 기득권 세력’, 즉 수구 세력을 청산하라는 역사의 명령이요, 새로운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을 감행하라는 .. 2023. 9. 8.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