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의 평등과 불법의 평등
대표적으로 불법주차, 신호위반 등 각종 단속을 당할 때 “저 사람도 했는데 왜 나만 잡느냐?”는 식의 항변, 많은 분들이직・간접적으로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내 잘못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 사람도 잘못했다.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면서 나만 처벌하는 건 차별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면 좀 억울하기도 하다. 이를 법적용어로 표현하면 ‘불법의 평등’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불법의 평등은 허락될 수 없다’는 법의 대원칙에 따라 그러한 주장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법적판단의 대상은 ‘당신의 위반행위’에 국한되고,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가 단속되거나 처벌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불법을 저질러 놓고 형평성의 논리로 저항해봐야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될 리 없다. 불법의 평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타인의 불법행위가 단속 또는 처벌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내 불법이 용인될 수 없다. 헛된 물귀신 작전일 뿐이다. 법 앞에 평등이니 불법 앞에서도 평등해야 한다는 항변은 일견 타당한 논증으로 보이지만 법적 사고의 오류다.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논리일 뿐이다.
헌법재판소도 법 앞의 평등은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언한 바 있다. 헌법 제11조는 합법의 평등이지 불법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데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다. 그동안 법적용과 집행이 평등하지 않은 직간접의 경험 때문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선별수사나 편파수사, 표적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상징적 표현인 유전무죄ㆍ무전유죄도 있다. 법의 잣대가 때로는 휘어지고 누구에게는 추상같지 않았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법에 대한 단속과 제재가 불공정하거나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단속이나 음주단속을 매일같이 할 수도 없고, 범죄와 비리가 있는 곳에 언제나 수사기관이 상주할 수 없기에 공권력집행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물망 같은 감시망을 쳐놓을 수도 없고 그런다 해도 암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법의 평등을 내세운 시민의 항변을 줄여나가려면 집행결손을 메워야 한다. 법은 있으나 법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집행결손이 생기면 생길수록 법신뢰는 떨어진다. 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규범신뢰가 쌓이고 시민의 규범의식도 강화된다. 그래야 불법의 평등을 허하라는 항변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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