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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政治)를 정리(整理)해 드립니다

11. 유명 정치인(교수, 기자) 칼럼과 도서45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독일 교육을 주제로 시민 대상 강연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독일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특히 우리 학생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과 부모들이 느끼는 분열된 감정을 얘기할 때면 으레 중년 여성 몇 분이 슬그머니 뒷문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한번은 강연이 끝나자 한 분이 다가왔다. “중간에 자리를 떠 미안합니다. 자꾸 눈물이 나서.” 얼마 전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멘토 인터뷰’라는 걸 청해왔다. 독문과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이 학생은 10개월간 베를린의 한 고등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을 털어놓았다. “독일 친구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어딜 가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거예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어요.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지요. 내가 아무 생각이 없.. 2023. 9. 18.
68혁명 50주년과 한국의 특수한 길 촛불혁명을 보며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왜 우리는 위대한 민주혁명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유사) 파시즘의 야만으로 추락해온 것일까? 왜 우리는 자랑스러운 ‘광장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생활세계에서는 여전히 ‘아주 습관화된 파시즘’의 일상을 살아가는가? 10월 초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하에 ‘새로운 세계의 도전과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 1968~2018’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이 오랜 의문을 푸는 데 한줄기 빛을 비춰줬다. 도쿄대, 베이징대, 케임브리지대, 프랑크푸르트대 등 8개국 대학의 학자와 학문 후속세대가 모여 ‘68혁명’ 50주년을 결산하는 이 학술행사를 치르면서 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이미 50년 전 다른 나라들이 .. 2023. 9. 17.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이변은 이변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지난 2년간 ‘트럼프 정치’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그의 정부를 ‘정상 정부’로 승인했다는 사실이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중간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가 오바마보다도 좋은 성적표를 움켜쥔 것이다. ‘트럼프 인증 선거’를 보며 다시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며, 우리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미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오히려 ‘예외 국가’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국정치학회와 미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한 시모어 마틴 립셋이 를 쓴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미국이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예외적으로’ .. 2023. 9. 16.
배이상헌, 직위해제당한 한국 성교육 예상대로였다. 광주에서 만난 배이상헌 선생은 겸손하고 우직하면서도, 유쾌하고 다감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따스함과 청신함이 확 끼쳐왔다. 도덕 교사 배이상헌, 그가 교단에서 쫓겨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전세계에서 1300만명 이상이 보았다는 프랑스 단편영화 를 성윤리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보며 토론했다는 게 직위해제의 주된 사유다. 성평등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수작’을 수업 교재로 삼으면, 한국의 교사는 ‘성비위범’으로 몰린다. 이렇게 한국의 성교육은 ‘직위해제’를 당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교육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수많은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성접대 사건을 보라.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중.. 2023. 9. 15.
독일의 68세대와 한국의 86세대 오늘의 독일은 68세대의 작품이다. 부조리한 세계, 억압적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자 했던 68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한 세대가 오늘의 독일을 만든 것이다. 68세대는 나치 전력을 가진 자가 수상이 되는 파렴치한 나라를 철저한 ‘과거청산의 나라’로 바꾸어놓았고, ‘라인강의 기적’ 속에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던 나라를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변화시켰으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감행’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동서독의 오랜 적대를 허물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동방정책을 발전시켰다. 한마디로, 68세대는 ‘새로운 독일’을 탄생시켰다. 68세대의 지지에 힘입어 전후 최초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브란트 정부는 68세대의 꿈을 현실로 옮겼다. ‘경쟁은 야만’이라는 철학 아래 경쟁을 금하고.. 2023. 9. 14.
11-6-4. 민족자결주의와 3.1 운동 민족자결주의와 3.1 운동   권오중 / 2018-09-13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이른바 “을사조약”(을사늑약)을 통해서 조선의 외교권을 강탈했고 조선을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시켰다. 이후 1910년 “한일합병조약”을 통해서 조선을 강제로 합병하고 식민통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3.1 운동”은 그로부터 9년 후인 1919년 3월 1일에 발생했다. 3.1 운동의 발생 배경은 단순히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의 결과물만은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1914.7~1918.11)이 발발하고, 1917년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서 당시 미국 대통령 윌슨은 우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지역의 슬라브 민족들을 자극하기 위해 “민족자결원칙”을 전쟁의.. 2023. 9. 14.
박종철 고문실보다 더 끔찍한 곳 올해 초 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인권센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로 인해 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역사의 현장에,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근태를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 악명 높은 ‘남영동’에, 이때 처음 가보았다.국가폭력의 상징인 ‘남영동’이 저잣거리의 한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중학생 시절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바로 그 거리였던 것이다. 고만고만한 회사와 호텔과 음식점이 모여 있는 범용한 공간에 극악한 폭력이 은밀하게 자행된 야만의 장소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다. 잔혹한 고문의 현장이 평화스러운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모습이 그로테스.. 2023. 9. 13.
11-6-3. 한국의 독립 그리고 분단과 통일과정의 국제법적 문제 한국의 독립 그리고 분단과 통일과정의 국제법적 문제   권오중 / 2018-09-06  한국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었던 최초의 국제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에 개최된 “카이로 회담” (1943.11.22.~26)이었다. 중국 장개석 국민당 정부는 1942년 4월에 한국의 “임시정부”를 인정해 달라고 미국에게 제안했지만, 미국은 한국인들에 대한 “임시정부”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FRUS, Diplomatic Papers, General, The Far East(1942), Vol. 1, 873~877쪽) 오히려 1943년 3월에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와 영국수상 이든 사이에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가 잠정 합의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카이로회담에 참가했던 루즈벨트, 처칠, 장개석.. 2023. 9. 13.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2) 지난번 칼럼 ‘대학입시,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한국과 독일은 상황이 다르다”며 대입 폐지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따끔한 비판도 있었고,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나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서 입시만 폐지한다고 되느냐”는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대체로 맞는 말들이다. 그 칼럼에서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독일의 경우를 소개하려는 의도였기에 지면 관계상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이제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며 대입 폐지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학입시 폐지는 요원한 꿈도, 터무니없는 이상도 아니다. 그것은 우선 현 정부의 핵심 공약들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하면 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통한 고교 서열화 해체와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사.. 2023. 9. 12.
11-6-2.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출발점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출발점    권오중 / 2018-08-30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16 군사정변 이후부터다. 1961년 6월 군사정부는 1) 재무행정, 2) 금융, 3) 산업, 4)외국의 원조와 천연자원, 5) 국민과 산업구조, 6) 기타 부수적 문제 등, 그들이 추진할 경제 정책의 기본 노선 6개항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7월에는 이를 실현시킬 방안으로 “긴급경제시책”(18일)과 ”5개년 계획“(22일)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전까지 한국은 국제적 사회에서 부정부패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제3국으로 부터의 차관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즉 통제하기 어려운 정부라는 국제사회의 인식 그리고 공무원들의 무능함과 부패로 인하여 공사급 이상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들.. 2023.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