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벌중심의 경제체제의 출범
재벌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받음 → 정경유착 필연
3. 역대 정권별 친재벌, 정경유착 사례
4. 정권별 정경 유착의 역사
- 1988년 제 5공화국 청문회에 재벌 총수들이 출석하였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선경(SK) 최종현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럭키금성그룹( LG) 구자경 회장, 한진 조중훈 회장 등이었습니다. 28년이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회에는 또다시 재벌 총수들 9명이 출석하게 됐습니다. 세대교체만 됐을 뿐, 앞서 나온 6개 회사는 그대로였습니다. 삼성 이재용 부사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등입니다. 이렇게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정경유착'은 우리 역사에 너무나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 이승만 정부
- 6.25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2년 6월, 이승만 정부에 의해 건국 이후 첫 정경유착 사건이 터집니다.
- 중석을 일본에 부정 수출한 문제, 이른바 '중석불 사건'입니다. '중석불'이란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이던 중석(텅스텐)을 수출하고 벌어들인 달러를 말합니다.
- 중석불로는 양곡이나 비료수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정부는 대한중석·고려흥업·남선무역 등 13~14개 상사에 중석불을 불하했습니다.
- 이 돈으로 상사들은 밀가루 9,940톤, 비료 11,368톤을 수입했고, 이후 정부와 상사가 결탁해 궁핍한 농민들에게 팔아 폭리를 취했습니다.
- 상사들이 거머쥔 무려 5백여 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은 자연스럽게 다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고, 이승만 대통령 재선에도 이 돈 일부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나중에 이런 사실이 들통 나 조사에 들어갔지만, 여당인 자유당에서 벌인 일이기도 하고, 휴전 상황이라는 배경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말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됐다는 평가입니다.
- 결국 한국 최초의 '정경유착' 의혹 사건은 1957년 4월 대구고등법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싱거운 판결로 끝났습니다.
■ 박정희 정부
- 본격적인 정경유착의 뿌리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시기였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을 펼쳤고, 기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불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박 정권은 1961년 전경련을 설립해 정부와 기업 간 공생관계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 72년에는 ‘8·3긴급경제조치’로 대기업이 짊어진 사채를 모두 신고토록 해 사채금리를 낮추고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 그만큼 굵직한 정권유착 사건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입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1512 가구 중 952 가구를 현대의 무주택사원에게 분양한다는 조건으로 당국의 건설 허가를 받았지만, 무주택 사원에게 돌아가야 할 952 가구 중 661 가구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언론인 등에게 분양됐습니다.
- 이병철 삼성회장의 재계 은퇴를 부른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도 있었습니다. 1966년 4월 이병철 삼성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부산 세관을 통해 무려 60톤에 이르는 사카린 원료와 현찰 100만 달러 등을 밀반입한 겁니다.
- 같은 해 9월 15일 <경향신문>이 이를 대서특필하자 박 대통령은 "해당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발뺌했습니다.
■ 전두환 정부
-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기업 경영인들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드러난 뇌물금액만 해도 2천259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 일해재단(현 세종연구소) 모금에 대기업을 동원해 598억 원을 걷은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비자금을 후하게 낸 덕에 삼성은 율곡사업, 차세대 전투기, 반도체 등의 사업 진출에 혜택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 반면 정치자금과 관련해 밉보였던 일부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도 회자 되는 당시 재계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해체된 사건입니다. 93년 현 헌법재판소인 헌법재판사무소는 국제그룹 해체사건에 위헌 판정을 내렸습니다.
- 희대의 사기 사건이었던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1982)도 이때의 일입니다.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장 씨가 거액의 사기사건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엔 전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 씨(장 씨의 형부)가 있었습니다.
■ 노태우 정부
-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정경유착의 고리는 여전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재벌들로부터 막대한 비자금을 챙겼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약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막대한 비자금을 제공한 대우, 삼성, 현대, LG 등은 정부로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습니다. 특히 SK그룹은 노태우 정권 당시 '사돈 특혜'로 급성장한 기업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가 SK의 최태원 회장과 결혼한 것을 계기로 SK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국내 5대 재벌에 드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 SK가 사돈 특혜로 성장했다면 한보그룹은 탁월한 로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당대를 뒤흔든 '수서비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강남의 노른자 땅 강남구 수서·대치지구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150억 원을 주며 수서택지개발지구 중 일부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한 겁니다. 1991년 세계일보의 보도로 수서비리가 세상에 드러나 수많은 공직자들이 옷을 벗고 정태수 회장이 구속되며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의원은 김영삼 정부 초기 슬롯머신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이었던 박 전 의원은 ‘6공 황태자’로 불리며 정권 실세로 부상했으나 이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 6개월을 복역했습니다.
■ 김영삼 정부
- 군부 출신이 아닌 최초의 민간인 출신 정부라는 뜻에서 '문민정부'라 불린 김영삼 정권은 초반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재벌과 고위공직자들의 불법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 출자총액제한제 등의 정책들을 도입했습니다.
-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정경유착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도 이때가 처음입니다.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때 비자금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5공 비리를 묵인한 노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범죄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97년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205억 원, 2628억 원을 선고합니다.
- 정경유착의 종언과 집권기간 동안 단 한 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던 김영삼 대통령. 하지만 김 대통령 역시 정경유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한보비리, 김현철 게이트, 세풍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습니다. 아들 현철씨가 '소통령'으로 대접받으며 위세를 떨치다 1997년 한보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인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된 것으로, 기업과 대통령 친인척이 연관된 사건이 계속 밝혀진 겁니다.
- 문민정부 임기가 끝날 무렵인 1997년 건국 후 최대 금융부정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한보사태가 터졌다. 1997년 당시 재계순위 14위였던 한보그룹이 5조 7000억 원에 육박하는 채무로 부도가 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당 사태가 유명한 까닭은 한보그룹의 대출 과정에서 재계, 정계, 금융계의 핵심인사들끼리 서로 유착하며 부정부패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과 은행장 등에게 1,000억 원의 비자금을 전달했다. 이 사건으로 3명의 국회의원과 1명의 장관, 2명의 은행장들이 구속됐다.
- 게다가 이 과정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임기 초 96.2%에 육박했던 국민들의 지지율이 1997년에는 46.9%로 반 토막 났다.
- 한보사태를 시작으로 국가 대외신용도가 급격하게 하락했고 국가 경제는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 휩쓸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검찰이 1998년 4월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상황을 이렇게 방치한 책임(직무유기)을 묻기 시작하면서 김영삼 대통령도 참고인으로 서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가족 측근 비리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차남 김현철 씨는 아버지 재임 기간인 1997년 한보 특혜 대출 비리에 연루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김대중 정부
- 집권 첫날부터 '재벌개혁'을 강조한 김대중 정권. 하지만 '재벌 개혁'은 자본을 가진 기득권들의 격렬한 반대와 경제 불황으로 '용두사미'로 끝났고, 정경유착으로 인한 각종 비리까지 터졌습니다.
- 특히 이른바 '홍삼 트리오'로 불린 홍일, 홍업, 홍걸 형제는 대형비리 사건에 잇따라 연루됐습니다. 2002년 김 전 대통령이 총애했던 최규선씨가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최규선 게이트'에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가 47억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용호 게이트'도 있었습니다.
■ 노무현 정부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곧잘 언급했던 것과 달리 정권 후반,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노 대통령의 임기 시기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시기와 겹치기도 했습니다.
- 또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철창신세를 졌습니다. 건평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국세청 인사 때마다 '비선 개입' 구설에 올랐습니다.
-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세종증권 매각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 우리 돈 약 67억 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권 여사의 금품수수 수사 10일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이명박 정부
- CEO 출신답게 대선후보시절부터 친기업 성향을 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노골적으로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금융위원회는 당시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출자한 사모펀드나 연기금 등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고, 공정위도 상호출자 금지제도 축소, 출자총액제도 폐지, 채무보증 금지제도 축소, 공정위 직권ㆍ현장조사 축소 등 선진국에서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특히 롯데와 관련된 의혹이 무성하였습니다. 이전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는 인근 서울공항의 이착륙 항공기 안전 문제로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던 제2 롯데월드.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제2 롯데월드의 건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활주로 방향까지 틀면서 건설 인허가가 났습니다. 이에 반대한 공군참모총장까지 내쳐졌습니다. 또 지난 2009년 OB맥주 인수에 실패한 롯데칠성이 맥주공장을 짓겠다고 한 '무모한 발표'도 같은 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 대폭 완화'를 발표하면서 이후 실제 이루어집니다.
- '비선 실세'를 통한 정경유착의 모습도 나타났다는 평가입니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실세 역할을 해 '만사형(兄)통'이란 신조어를 낳았고, 이 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 박근혜 정부
-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774억 원 외에도 청년희망펀드 880억 원, 지능정보기술연구원 210억 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200억 원, 중소상공인희망재단 100억 원 등 각종 출연금을 냈습니다.
- 청년희망펀드는 박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서 기업과 재벌 총수들을 압박했고, 또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인 창조경제혁신센터 17곳은 대기업별로 할당해 투자금을 부담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공개적으로 국책사업을 만들어 법망을 교묘히 피했지만, 사실상 '삥 뜯긴 것'과 다름없다"며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고 국가를 위해 사용됐다고 해도 이는 강제성을 띤 준조세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6. 정권의 재벌 길들이기
- 정경유착의 오랜 역사는 때로 ‘이단아’들을 낳기도 했다. 정권에 줄 대기를 거절했거나 정권과 각을 세운 기업들을 뜻한다. 이들은 권력의 서슬 퍼런 재벌 길들이기에 철저히 짓밟혀왔다. 그러나 희생양들 중에는 군사정권의 정통성 세우기 작업에 농락당한 이들도 적지 않다.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권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동원했다.
- 기업들에 대한 ‘손보기’도 그 방안의 하나였다. 쿠데타가 성공한지 12일 만에 기업인 9명이 특별 구치실로 연행됐고 해외에 체류 중인 기업인에게는 구속명령이 내려졌다. 구속 조사 명분이 부족했던 군사정권은 이들을 산업재건에 이바지할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풀어줬다. 총칼에 의지해 정권을 잡고 정통성 때문에 고민하기로는 5 공도 박정희 정권과 다를 바 없었다. 국제그룹과 명성그룹의 패망은 전두환 정권의 ‘마녀사냥’식 몰아붙이기에 희생된 대표적 케이스. 전두환 정권은 집권 직후 주요 공직자를 부정축재 혐의로 처단하면서 부정축재를 도왔다는 이유로 기업인들에 손을 댔다. 국제그룹의 경우 84년 12월 정부가 국제그룹의 유동성 지원을 외면하며 패망이 예고됐고 2개월 뒤인 85년 2월 2,000여 억 원의 여신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말았다. 당시 양정모 회장은 전두환 대통령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 정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정치 지도자와 재벌 총수의 불화가 해당 기업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는 문민정부의 현대그룹 탄압이다. 정주영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미움을 사게 된 배경은 6공 시절로 올라간다.
- 당시 김종인 경제수석은 ‘5·8 부동산 조치’를 발표하며 불요불급한 재벌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도록 강요했다. 특히 현대는 전면 세무조사와 1,300여 억 원의 세금 추징, 금융 제재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정주영의 대선후보 출마 배경에는 이와 같은 권력의 횡포가 있었던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정주영과 현대를 끊임없이 압박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민정부에서 현대는 산업은행의 설비자금 대출 중단,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불허 등 유독 여러 가지 제재를 많이 당했다.
-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그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5공도 6 공도 경제인들에게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나의 1992년 대선 출마에 대한 앙갚음으로 우리 ‘현대’가 당한 불이익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비용 정치구조 개혁과 정치자금 수수의 투명성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이 땅에서 정치권 비자금 수수 뉴스는 끊일 날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경유착의 역사는 단순히 정치구조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만큼 정치인과 재벌의 각성과 각오가 선행되지 않으면 비자금 수사는 미래에도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7. 세무.사정 칼날 앞에 '절대 을’인 기업
- 기업들이 정경유착이란 비판에도 정부나 정치권력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건 무엇보다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유통분야 A그룹의 국세청 담당 출신 임원은 "5년 전쯤 중소협력사 판매수수료를 낮추라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가 정부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들은 적이 있다"며 "결국 내부에 보고해 판매수수료를 낮추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라고 털어놨다.
- 지난 2015년에는 다음카카오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아 논란이 됐다. 불과 1년 만에 세무조사를 다시 받게 되면서 정권에 비우호적인 '포털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세월호 참사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시점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있었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 실제로 현 정부 들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강화됐다.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매출 5000억원 이상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146건이었지만 다음 해인 2014년에는 205회로 급증했다.
- 각종 사업 인허가 시 불이익도 기업들이 정권에 순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제2 롯데월드 건립이 대표적이다. 김영삼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제2 롯데월드 사업은 이명박정부 들어 경기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을 통해 인허가를 받으면서 각종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드러난 실체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롯데는 싱크홀 사건 등 수많은 걸림돌에 부딪히면서 각종 안전검사와 영향평가 등으로 당초 개장하려던 계획이 연기됐다.
- 국회의 무리한 민원이나 압박도 기업들에 대한 '갑질'의 대명사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야당 국회의원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에게 노동 문제를 지적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는 경기 파주 쇼핑몰 영세상인 문제를 제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B에너지기업 국회 대관 담당자는 "지역구 행사 지원이나 기부금 출연 등 국회의원들의 각종 민원이 일년에 수십 건은 된다"며 "행여 거부하거나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면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으로 압박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솔직히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생사 여탈권을 쥔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은 '갑 중의 갑'"이라고 꼬집었다.
참 조 : ⓒ 파이낸셜뉴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경민 기자
출 처 : SBS 뉴스 정부별로 살펴본 정경유착의 역사 (2016.12.11)
일요서울i (http://www.ilyoseoul.co.kr)
'4. 이념의 갈등, 진영 논리로 양극화된 대한민국 > 4-2. 45년 장기집권을 누린 군사독재정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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