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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政治)를 정리(整理)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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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반드시 돌아온다 “일본이 돌아왔다.” 2년 전 아베 신조 총리가 장담한 대로, 일본은 마침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돌아왔다. 아베 정권은 지난 토요일 새벽에 참의원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2015년 9월19일, 미래의 역사는 이날을 일본 군국주의가 부활한 날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미국 언론이 일본의 안보법안 통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어조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독일 언론은 “일본, 평화와 결별하다”(슈피겔), “평화주의로부터의 일탈인가”(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일본 의회 군부의 역할 강화하다”(디 차이트) 등의 제목에서 보듯이 대체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독일 언론의 이런 기조는 같은 과거를 가졌으나 다른 길을 걸어온 독일과 일본의 현대.. 2023. 9. 27.
학벌계급사회를 넘어서 내 아이를 이 지옥 속에 밀어 넣을 자신이 없어요.” 출산율 저하를 화제로 다섯 명의 대학원 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차였다.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한 학생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다른 학생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해 이 정도까지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내몰리는 교육환경과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 좌절과 분노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 사회에서 아이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서울의 한 로스쿨이 출신 대학을 다섯 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출신대학 등급제’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 2023. 9. 20.
위험수위 넘어선 한국 정치의 우편향 임동원,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공동 이사장이 2016년 2월 19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북한 궤멸’ 발언, 개성공단 전면 중단 등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해 “필연적”이며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의 발언,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의 “햇볕정책 실패”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야당이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수수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그를 합리화해 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평화·통일.. 2023. 9. 19.
거짓의 시대 이 나라는 가히 ‘거짓말 공화국’이다. 대통령부터 장관, 청와대 고위인사들을 거쳐 재벌총수, 대학총장, 교수, 의사에 이르기까지 최고 권력자와 엘리트들이 지난 몇 달간 펼쳐온 현란한 거짓말 퍼레이드는 경악을 넘어선다. 국민들은 최소한의 윤리도, 자존심도, 수치심도 없는 저들의 파렴치에 할 말을 잃었고, 저런 자들이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권력자들의 공공연한 거짓말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가 토해낸 거침없는 거짓말과 거짓 주장은 일일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 최근 는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간 쏟아낸 거짓 주장과 사실 왜곡만 132건에 이른다고 전한다. 바야흐로 ‘거짓의 시대’가 열린 것인가. 오죽하면 ‘탈진실의 시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2023. 9. 18.
8-5-5. 전 한국 자유선거의 문제 (1948~1954) 전 한국 자유선거의 문제 (1948~1954) 권오중 / 2018-09-20 1949년 8월 14일 서독의 초대 수상 K.아데나워가 연방의회 발언에서 “통일은 당장의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 목표”라고 했던 것처럼, 남-북한 간의 긴장완화 그리고 장기적인 협력과 교류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장기적 목표를 향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상태에서, 다시 말해 남과 북이 상이한 두 체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어느 한 체제로 통일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통일이 된다면 어느 한 체제로의 흡수통일이 되거나, 아니면 전쟁을 통한 휴전체제의 파기와 무력통일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체제흡수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라면, “1국가 2체.. 2023. 9. 18.
‘글로벌 스타’ 대한민국의 품격 대한민국이 글로벌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팝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로 인정받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2019년 펴낸 연구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나라이다. 특히 인구 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이른바 ‘30-50 클럽’ 선진 7개국 중에서 한국은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평가됐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이 그 뒤를 이었고, 프랑스, 미국, 일본은 상위 20%에 속하는 2등급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프랑스는 극우주의자 마린 르펜의 부상, 미국은 우익 포퓰리스트 트럼프의 등장, 일본은 군국주의자 아베의 장기.. 2023. 9. 18.
교육혁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최근 독일 교육을 주제로 시민 대상 강연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독일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특히 우리 학생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과 부모들이 느끼는 분열된 감정을 얘기할 때면 으레 중년 여성 몇 분이 슬그머니 뒷문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한번은 강연이 끝나자 한 분이 다가왔다. “중간에 자리를 떠 미안합니다. 자꾸 눈물이 나서.” 얼마 전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멘토 인터뷰’라는 걸 청해왔다. 독문과에 진학할 계획이라는 이 학생은 10개월간 베를린의 한 고등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경험을 털어놓았다. “독일 친구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어요. 어딜 가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거예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어요.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지요. 내가 아무 생각이 없.. 2023. 9. 18.
68혁명 50주년과 한국의 특수한 길 촛불혁명을 보며 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꼈다. 왜 우리는 위대한 민주혁명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유사) 파시즘의 야만으로 추락해온 것일까? 왜 우리는 자랑스러운 ‘광장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생활세계에서는 여전히 ‘아주 습관화된 파시즘’의 일상을 살아가는가? 10월 초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하에 ‘새로운 세계의 도전과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 1968~2018’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이 오랜 의문을 푸는 데 한줄기 빛을 비춰줬다. 도쿄대, 베이징대, 케임브리지대, 프랑크푸르트대 등 8개국 대학의 학자와 학문 후속세대가 모여 ‘68혁명’ 50주년을 결산하는 이 학술행사를 치르면서 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이미 50년 전 다른 나라들이 .. 2023. 9. 17.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이변은 이변이 없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지난 2년간 ‘트럼프 정치’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그의 정부를 ‘정상 정부’로 승인했다는 사실이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중간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가 오바마보다도 좋은 성적표를 움켜쥔 것이다. ‘트럼프 인증 선거’를 보며 다시 미국을 생각한다. 미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며, 우리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미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오히려 ‘예외 국가’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미국정치학회와 미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한 시모어 마틴 립셋이 를 쓴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미국이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예외적으로’ .. 2023. 9. 16.
배이상헌, 직위해제당한 한국 성교육 예상대로였다. 광주에서 만난 배이상헌 선생은 겸손하고 우직하면서도, 유쾌하고 다감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에게서 풍기는 특유의 따스함과 청신함이 확 끼쳐왔다. 도덕 교사 배이상헌, 그가 교단에서 쫓겨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전세계에서 1300만명 이상이 보았다는 프랑스 단편영화 를 성윤리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같이 보며 토론했다는 게 직위해제의 주된 사유다. 성평등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수작’을 수업 교재로 삼으면, 한국의 교사는 ‘성비위범’으로 몰린다. 이렇게 한국의 성교육은 ‘직위해제’를 당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교육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수많은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성접대 사건을 보라.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중.. 2023. 9. 15.